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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하는 생각

2011.12.25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경고! 교회냄새 짙은 이야기들을 포함하고 있으니 교회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점 유의해주세요.

(보고싶다 다들..ㅎ)

1. 크리스마스..재작년까지의 크리스마스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큰 교회에서 몇 년을 보냈는데, 성탄절 당일날 예배시간에 제대로 깨어 있었던 게 몇번이나 되는지..그 웅장하고 멋진 한영교회 성가대의 찬양도 자장가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고등부때나 청년부때나 성탄 전야에는 재미있는 레크레이션으로 밤을 샜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는 몇 년동안 나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사람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날로 나름 의미있게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에 과연 나는 예수님의 탄생을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가 돌아보게 된다. 단지 파티의 컨셉만 '예수님의 탄생'으로 바뀐 것일 뿐..이지 않았는가 돌아보게 된다.


2. 종강예배 - 크리스마스 전야제 - 성탄절+주일예배 2박 3일동안 행신동 교회에서 이 예배들을 드리고 집에 돌아왔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지나간 크리스마스였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하나님은 차분하고 고요하게 내 마음속에 계신 것 같았다.(사진은 꽁트에서 연기했던 동방박사 3인데...별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지만)

 최근 느끼고 있던 극심한 열등감과 원망감이 하나님 앞에서 눈물에 녹아 흐르는 것을 분명히 하나님께서 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죄악이라고 한다. 아무리 아담과 하와처럼 나뭇잎으로 가려봐도 우리의 죄는 가려지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싫어하시는 자기 연민과 열등감이 마음 속을 가득 메우고 있을 때에 그것을 사람 앞에서 하는 것처럼 가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그 모든 것들을 하나님께 보여드렸다. 마치 의사 앞에서 진료를 위해 몸을 맡기듯..

'하나님. 어떻게 제가 사람인데 그럴 수가 있어요?제가 위인전에 나오는 성인도 아니잖아요. 당연히 제가 어떤 역할을 받으면 부담스럽고, 저와 비슷한 누군가가 앞서나가는 것을 보면 초조해지지요! 제가 주목받다가 그 관심과 사랑이 다른 사람을 향하게 되면 위기감을 느끼게 되죠. 제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 저는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지지요. 하나님! 어떻게 하면 이 제멋대로인 마음이 하나님 기뻐하실지 모르겠어요..'
 

열등감, 배신감이 느껴질 때마다 하나님 앞에서 나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일기에 '사람들이 슬픈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면, 나는 슬픈 사람이 되겠다.'고 쓴 적이 있었다. 그 말을 이제는 이렇게 고쳐야 하겠다. '하나님이 내 열등감을 죽이고 그저 낮아지는 것을 기뻐하신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날 손가락질하고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도 전 그것들을 잡으려 하지 않고 하나님 기뻐하시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예수님은 작은 자들과 함께 오셨다. 어느것 하나 남부럽지 않게 가진 것 없고 믿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사람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했다. 나도 사람으로써 하나님 앞에 아무 것도 의로운 것이 없다. 심지어 사람들 앞에 서더라도 내세울 것이 없다. 내면적으로는 항상 스스로의 부족함과 죄악에 고통스러워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한다. 백봉태 목사님께서 말씀해주셨듯 예수님은 바깥에 있는 사람을 부르셨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는 나는 예수님의 탄생을 진정으로 축하하는 자리에 부름받은 것이다.

나중에 내 생애 마지막 성탄을 맞아서
너는 예수님의 탄생을 정말로 기뻐했는가? 라는 질문에 아멘! 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한 영혼이다. 실수로라도 그 영혼을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하나님께 받은 전도의 사명 중 하나이다. 나는 몰랐다 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내게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죄는 여전히 죄니까)


3. 신앙에 대한 글쓰기

하나님에 대한 글을 쓸 때..언제나 수정에 수정을 거친 후에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인터넷에는 올리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많다.'연애하는 사람이 애인과의 관계를 누군가 봐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인터넷에 올리는 건 연인에 대한 배신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서였을까?(너무 심한 비약이긴 하지만 내 생각은 그랬다.)

교회에 다니게 된 후에 어떤 유명한 사람의 간증이라는 것들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자랑만 하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다. 참 웃기는 상황이다. 하나님은 기도하면 답이 뿅 나오는 은혜 자판기가 아닌데! 오히려 두 손에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그 손을 모아 기도하는 것에서 더 하나님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그 깔때기 간증인이 하나님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 간증은 그 누구에게도 하나님의 진심을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올리려고 했던 글들은) 단지 내가 발언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건 진정한 복음 전파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불신행위다. 

또 누군가가 나와 하나님과의 개인적이고 은밀한 관계를 '영성'이라든가 '신앙'같은 단어로 포장하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영성과 신앙은 모두 만점이 존재하는 환산된 단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일방적으로 나를 택하시고 사랑하시고 부르셨다. 내가 하나님을 떠나려 할 때에도 하나님은 나를 그 품에 담아두시는데, 내 신앙의 점수가 대체 뭐가 중요하다는 말인지!?(물론 신앙심이 깊다던가 영성이 있다는 칭찬은 너무 감사하고 듣기 좋은 말이다. 내가 얘기하는 것은 그것이 누군가와 비교된 것이거나 인간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있어서다.)

 내 간증이 모두에게 은혜가 되고 안심이 되고 하나님의 진정하고 낮은 자를 위한 사랑을 느낄 수 없다거나, 단 한 사람에게라도(그것이 나일 경우에도) 열등감을 느끼게 하거나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면...그것은 혼자 간직해야 하는 하나님과의 비밀인 것이다. 내가 한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해 주었는데, 그것을 받은 이가 누군가에게 그 좋은 마음을 이야기해서 다른 어떤(역시나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이의 마음을 섭섭하게 한다면..나는 처음에 마음을 주었던 친구에게 오히려 섭섭함을 느기게 될 것이다. 내가 잘못된 방법으로 하나님을 전하려 한다면, 하나님도 분명 우리에게 서운함을 느끼실 것이다. 

하나님은 한 영혼을 사랑하신다. 한 마리 양을 위해 눈물 흘리는 선한 목자이시다. 다수에게 하나님을 전한다는 좋은 뜻으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한 영혼을 상처입힐 권리는 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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