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잘나왔지!?
1. 요즘 나는 침묵의 중요성을 깨달아가는, 나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훈련을 하고 있는 소중한 시간에 있다. 기다리는 것. 휘저어 놓았던 내가 서서히 가라앉고, 내 마음이 투명하게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 모든 것에 정하신 선한 때를 기다리는 것. 침묵하시는 그분이 나의 눈을 밝게 해주실 때를 기다리는 것. 그 때까지 나의 문제를 한쪽으로 밀어넣고 그것에 대한 응답을 다른 데에 집중하면서 기다릴 수 있겠지만, 이번엔 그렇게 하고싶지 않다. 내 안의 약점들과 치열하게 싸우며 성숙하고 싶다. 하지만 전쟁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니까 내가 할일은 기도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되겠지.
2. 마음이 어느정도 가라앉고 나니 정말 많은 생각들이 투명해지기 시작한 사이로 말을 걸어온다. 한참을 떨고있던 다리를 멈췄을 때의 차분함처럼. 방 안에서 문득 숨을 멈추고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처럼. 그 생각들이 너무 반갑고 미웠다. 왜 나의 사랑하는 마음 가운데에서 물러나 있었느냐고, 왜 이제 나타나 내 지난날을 미워하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나의 목소리인 것을..모두 받아들이고 잠시 기다리려 마음먹으면 아마 그 생각들은 나의 향기가 되어 주겠지.
3. 아침. 10시 반 수업이었는데 버스를 타면서 '아, 지각이네..' 라고 생각했다. 별 초조함도 없이 (내가 초조해한다고 버스가 빨리 가주진 않으니까) 앉아서 이해인 수녀님 책을 읽으면서 '얼마만의 지각이지..?'라고 반가워하기까지 했다. 실수로라도 학교 수업에 지각을 해 본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항상 애를 썼으니까...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흔들리며 달리는 버스에서 잠이 들었다. 학교 앞에 내릴 때 시계를 봤다. 수업까진 10분이 남아 있었다..마지막으로 지각한 게 언제였지..?
마지막.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지금 나는 빈 들판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당신 생각합니다 빈 들판을 가득 채운 당신
이게 진정 사랑이라면 당신은 내 사랑입니다
백 날 천 날이 아니래도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내 사랑은 - 김용택
이것이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지금 나는 빈 들판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당신 생각합니다 빈 들판을 가득 채운 당신
이게 진정 사랑이라면 당신은 내 사랑입니다
백 날 천 날이 아니래도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내 사랑은 - 김용택
이 시를 읽고 어떤 좋은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또. 여행길마다 아름다움 앞에 마주섰을 때 그곳을 가득 채운 하나님이 떠올라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부르며 걷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런 걸 보면 난 하나님과 사랑에 빠져 있던 것이 맞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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