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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하는 생각

25.07.29

-요즘의 독서는 좀처럼 하나의 주제로 모이지 못하고 이리저리 되는 대로, 만나지는 대로, 흐르는 대로 읽었다. 책 많은 사람들 앞에선 별 것 아니지만 가진 공간에 비해 책이 점점 많아져서 이제 방에 들어서면 오래된 헌책방 냄새가 난다.
-사회에서는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 자신도 스스로를 드러내길 조심스러워하는 데다가 상대방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만나게 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원인이 된다.
-가끔 책에서 나와 비슷한 울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단순히 통찰이 있다거나 수준높은 책을 만날 때와는 묘하게 다른 반가움이 있다. 이번에 만난 책은 후안옌의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我在北京送快递”
-중국에서 중국 친구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 하면 주로 ‘사상적 문제가 없는 한에서’ 수준높은 책을 추천해주려 하다보니 대부분 고지식하거나 한국인의 인식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운 책들을 알려주곤 했다. 그래서 결국 중국 작가들의 책은 대부분 한국 출판시장의 소개로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도 그렇게 적극적인 홍보에 낚여 만나게 됐다. 내용은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노동의 기록들이지만, 노동현장의 보편적인 인간상과 부조리에 대해, 노동을 삶의 일부로 품고 사는 사람의 사람다움에 대해 간단명료하고 날카롭게 묘사했다. 좋은 문장들도 많아서 원서를 옆에 놓고 오랜만에 깊이있는 중국어 문장도 수집해가며 읽었다.
-그런데 내가 느낀 울림은 그 묘사의 탁월함이나 통찰의 깊이라기 보다는 그저 작가의 성정이 나와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체질적으로 경쟁을 싫어하고, 민폐 끼치는 것을 지나치게 싫어하는데 그렇다고 남으로부터 불합리한 일을 겪거나 손해보는 것은 싫어하는 모습. 대인기피증. 작가는 영업직을 수행하기 어려워하고 혼자 일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나도 혼자 일하기를 좋아하고 기록하기를 좋아한다.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해도 좀처럼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 이런 책을 만나서 가장 반가운 점은 바로 나와 비슷한 약점을 가진 이가 그 점을 어떻게 자기로 받아들이고 사는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자신을 받아들이며 성숙해갔다. 어릴 때는 나의 모든 것이 있어서는 안되는 가시같이 느껴졌는데, 그것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고 있다. 비슷한 타인의 경험은 공부도 되고, 위로도 되고, 자기수양도 된다.
- 노동에 대해서도 나와 느끼는 점이 비슷해서 반가웠다. 일단 노동을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나는 노동의 시간을 기록으로 견디곤 했다. 그 고된 시간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 보수로 바뀐 후 기억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싫었다. 만난 사람들에 대해, 내가 했던 일들과 내 몸이 거기에 적응한 일들에 대해, 일이 내게 준 것들에 대해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만큼 성장하곤 했다.
-부조리 앞에서 사람다움을 지키며 버티는 힘도 여기에서 나온다. 오늘 대통령의 국무회의를 보며, 노동계에 쌓였던 부조리가 단기간에 시정되는 것을 보며 큰 효능감을 느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부조리를 내면화하라고 배워왔다. 같이 성장해온 (일부) 친구들도 그런 종류의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사회에 적응한 나머지 이전의 선배들과 같이 후배들에게 부조리를 감당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아이들에게 부조리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분명히 가르쳐주고 싶다. “얘들아, 아빠가 선택한 노동자 출신 대통령을 봐, 후안옌 작가같은 생각하는 노동자를 봐.“ 라고. 그래도 배우고 싶은 게 남았다면, 아빠의 삶을 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을 읽으며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귀한 경험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생각을 기록해온 것들이 방 한 켠에 한가득이다. 이것들을 차분하게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겸 페이스북에 생각나는 대로 이리저리 써보았다. 이로써 마음이 충분히 잘 가라앉았으므로, 글을 통해 뭔가를 정리해보는 일은 아마 더 나중 일이 될 것 같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