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7) 나는 불쌍하고 가난하지만, 주님, 나를 생각하여 주십시오. 주님은 나를 돕는 분이시요, 나를 건져 주는 분이시니, 나의 하나님, 지체하지 말아 주십시오.
날씨가 갑작스럽게 추워질 때마다 부조리한 몸은 적응하지 못하고, 거짓말같이 매 해 완전히 흩어지고 풀어졌다가 느릿느릿 조각들을 주워담듯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보통은 정신을 다 차릴 때쯤 겨울이 끝납니다. 반복되는 피로와 환절기를 마주하면 제 몸과 마음은 자꾸만 멈추어 버리고 싶고, 가끔 차라리 이 부자연스럽고 혼란스러운 도시사회 상태 그대로 화석이 되어 버리기를 목말라하기도 합니다. 이 날씨의 변화가 비루한 몸을 간신히 움직이게 해주는 지구와 태양의 부드러운 배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날씨가 이 일을 떠오르게 할 때마다 삶은 더 짧고 초라하고 가난해집니다.
(49:20) 사람이 제아무리 위대하다 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으니, 멸망할 짐승과 같다.
(50: 10) 숲 속의 뭇 짐승이 다 나의 것이요, 수많은 산짐승이 모두 나의 것이 아니더냐?
다윗은 평생 이리저리 쫓기는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다윗의 시를 읽다 보면 도시에 갇힌 저 자신만큼이나 고단하고 비루한 삶을 살지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마치 날씨 하나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비루한 몸뚱이처럼, 쳇바퀴처럼 억지로 발을 앞으로 내밀게 되는 환경이 그 삶을 더 초라하게 하진 않는지 상상합니다. 인간의 삶은 절대적으로 무한한 하나님이라는 존재 앞에서 의미를 찾게 됩니다. 무한한 하나님은 인간의 제물을 받을 필요도 없고, 인간의 삶이 하나님을 위할 필요도 없고, 그것이 딱히 의미를 가질 필요도 없는 존재입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어떤 것도 하나님께는 필요 없는 것입니다. 오래 살아야 수명이 백 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 마저도 온갖 몸의 한계와 싸워가며 고작 창조세계를 목격하는 것이 최선인 인간입니다.
(47:6) 시로 하나님을 찬양하여라. 시로 찬양하여라. 시로 우리의 왕을 찬양하여라. 시로 찬양하여라.
(51:17)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제물은 깨어진 마음입니다. 깨어지고 짓밟힌 심령을, 하나님은 멸시하지 않으십니다.
유한한 인간의 삶은 무용한 것들로 하나님과 연결됩니다. 시편을 통해 온갖 무용한 것들의 아름다움이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것을 느낍니다. 하나님의 형상(이미지)을 닮은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고, 춤추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목숨을 살려 두시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치 새를 좋아하는 이들이 그저 새를 보기 위해 전국을 다니는 것처럼, 사람들이 때마다 피어난 들꽃과 아름다운 나무들을 보러 다니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도 자신의 형상을 따라 만든 사람들이 때마다 별의별 이유로 나자빠지면서도 깨어진 마음으로 노래하고 아름다움을 쌓아가는 것을 의미 있게 여기시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에 대한 생각 > 복음통독프로젝트6 : 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2월 시편 통독(55-66편, 11/22~12/19) (0) | 2025.12.18 |
|---|---|
| 10월 시편 통독 (9/20~10/18, 28-39편) (0) | 2025.10.19 |
| 9월 시편 통독 (8/23~9/19, 13~27편) (0) | 2025.10.03 |
| 그들은 도시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0) | 2025.08.21 |